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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는 영화보다는 뮤지컬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뮤지컬보다는 영화로 위키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에 영화로 개봉이 되어 관람을 하였었는데 16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 들었을 만큼 너무 흥미롭게, 감동 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이렇게 재밌게 보고 나니 당연히 뮤지컬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올해, 드디어 13년 만에 내한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는 감정입니다. 뮤지컬을 더 즐겁게 보기 위해서 이번 글에서는 위키드의 영화와 뮤지컬을 중심으로 OST, 배우들의 연기 방식, 그리고 무대 연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 차이를 상세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OST 차이
위키드는 그 자체로 음악이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뮤지컬 버전에서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직접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그 감동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특히 ‘Defying Gravity’, ‘Popular’ 같은 대표 넘버는 관객과 직접 마주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감정선이 큰 매력을 자아냅니다. 뮤지컬에서는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래가 이어지기 때문에, 음악이 극을 이끄는 방식이 매우 유기적입니다.
반면, 영화 버전의 위키드 OST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사운드를 바탕으로 제작됩니다. 이는 훨씬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뮤지컬 특유의 현장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장면 전환이나 배경음악 등의 영화적 연출 기법이 활용되어 음악이 삽입되는 방식이 다소 달라집니다. 어떤 곡은 편곡되어 새롭게 재탄생할 수도 있고, 일부 넘버는 생략되거나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은 팬들에게 익숙한 OST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동시에 원작의 감성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연기 방식 차이
뮤지컬에서의 연기는 극도로 과장되고 뚜렷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이는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감, 그리고 다양한 관객에게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입니다. 예를 들어, 엘파바의 감정선이나 글린다의 유쾌함은 무대 위에서 몸짓, 억양, 표정 모두를 활용한 과장된 연기로 표현됩니다. 이와 같은 무대 연기는 배우 개인의 에너지와 무대 호흡에 따라 관객마다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 공연이 특별한 경험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카메라가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기 때문에 연기의 톤이 훨씬 섬세해집니다. 배우는 미세한 눈빛, 떨리는 입술, 작은 숨결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보다 리얼하고 내면 중심의 연기가 가능하므로, 인물의 심리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뮤지컬에서 느껴졌던 에너지나 무대의 생생한 감동이 줄어들 수 있으며, 무대 위 캐릭터의 생동감과 카리스마는 다소 약화될 수 있습니다.
무대 연출 차이
뮤지컬 위키드는 무대 미술과 조명, 의상, 무대 장치 등이 정교하게 어우러져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공간적 제약이 있는 공연장에서 어떻게 마녀가 날아오르고, 마법이 펼쳐지는지를 구현하는 연출력은 관람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Defying Gravity’ 장면에서 엘파바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뮤지컬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을 CG(컴퓨터 그래픽)와 특수 효과로 훨씬 더 자유롭고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배경 전환도 빠르고 장소의 제약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세계관을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적 연출이 반드시 관객의 감정에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무대에서 제한된 자원으로 감동을 끌어내는 연출은 더 창의적이며, 관객이 능동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몰입감을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연출의 방향성은 각각 다르지만, 두 매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위키드'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구현해 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위키드 영화와 뮤지컬은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방식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OST의 라이브 감성과 스튜디오 음향의 차이, 연기 방식의 거리감과 몰입도, 그리고 무대 연출과 영상미의 표현 차이는 관람자의 취향에 따라 장단점이 확연히 갈릴 수 있습니다. 뮤지컬 팬이라면 영화로 새로운 해석을 즐기고, 영화 팬이라면 뮤지컬을 통해 더욱 깊은 감동을 경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