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뮤지컬 '원스(Once)'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음악을 매개로 한 인간적인 위로와 성장의 서사를 담아낸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영화 원작의 감성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뮤지컬은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감정을 전달하고, 무대 위에 삶의 찬란한 순간과 고요한 슬픔을 동시에 올려놓습니다. 이 글에서는 ‘원스’의 서사를 깊이 있게 분석하며, OST와 구성, 그리고 극 속에 숨어 있는 상징적 의미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OST - 감정을 실은 음악, 이야기의 또 다른 언어
뮤지컬 '원스'에서 음악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극 전체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대사보다 음악으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그 감정의 깊이를 극대화합니다. 대표곡 'Falling Slowly'는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닌, 삶의 어느 구간에서 잠시 멈춰 서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감정의 결정체입니다. 이 곡은 극 중 '그'와 '그녀'가 처음으로 음악적으로 연결되는 순간에 등장하며, 음악을 통해 서로의 고통과 꿈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를 만듭니다. 뮤지컬 내 OST들은 대부분 영화와 동일하게 사용되지만, 무대에서는 라이브 악기 연주를 기반으로 극 안에서 직접 구현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예컨대 'If You Want Me'는 그녀의 독백 같은 장면으로, 희망과 외로움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을 담고 있으며, ‘When Your Mind’s Made Up’은 극 중 후반부에서 감정의 폭발을 상징하는 곡으로 배치되어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음악은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내면을 보여주는 핵심 도구로 사용되며, 무대 위 악기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 구성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합니다. 따라서 '원스'의 OST는 단순한 감상용 음악이 아니라, 극의 플롯을 진행시키고,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서사적 장치입니다.
구성 - 비전형적 로맨스, 일상 속 서정성의 힘
뮤지컬 '원스'는 전통적인 뮤지컬 구조와 달리, 화려한 군무나 극적인 사건 전개 없이 인물의 감정선에 집중한 서사로 관객을 이끕니다. 이야기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거리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상처 많은 거리의 뮤지션이며, ‘그녀’는 체코 출신의 이민자로, 피아노 연주자입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음악을 함께 하며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작품이 로맨스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결국 그들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관객은 이 둘이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지만, 극은 오히려 그 기대를 깨뜨리고 현실적인 선택과 삶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그’는 과거의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둘은 결국 함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 속에서 서로에게 치유와 희망을 주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서사적 구성이 주는 힘은 바로 ‘현실성’과 ‘공감’입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한 번쯤 만나지만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던 인연이 있듯, ‘원스’는 그 찰나의 인연이 주는 깊은 여운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관객은 화려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게 풀리는 전개 속에서 자기 자신을 투영하게 됩니다. 이처럼 ‘원스’는 뮤지컬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내는 작품입니다.
상징성 - 음악, 악기, 무대의 언어들
‘원스’는 무대 구성과 소품, 캐릭터의 동선 하나하나에도 상징이 숨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상징은 ‘음악’ 자체입니다. 이 작품에서 음악은 사랑, 위로, 삶, 연결을 모두 상징합니다. 말보다 음악이 먼저 흐르고, 마음보다 멜로디가 감정을 앞서 전달합니다. ‘그’와 ‘그녀’는 대사로는 솔직하지 못하지만, 노래에서는 서로의 진심을 표현합니다. 이는 실제 삶에서도 우리가 감정을 숨기거나 표현하지 못할 때 음악을 통해 대리 경험하는 것과 같은 메타포로 작용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은 ‘악기’입니다. 극 중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는 각각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합니다. 기타는 자유롭고 서정적인 ‘그’의 마음을, 피아노는 절제되고 책임감 강한 ‘그녀’의 내면을 상징합니다. 이들이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단순한 협연을 넘어서, 두 사람의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무대 구성 또한 상징적 요소로 가득합니다. 대부분의 장면이 동일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며, 장소를 구분하는 방법은 조명과 배우들의 동선 변화로 이루어집니다. 이처럼 단조로운 무대 속에서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는 연출 방식은, 일상이라는 배경 속에서도 극적인 변화와 감정의 전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결국, '원스'의 무대는 우리가 사는 삶 자체를 비유하는 공간이 되며, 일상의 단순함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감정이 숨겨져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마무리
뮤지컬 '원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음악을 통해 치유와 성장을 이야기하는 서사이며, 동시에 인간관계의 섬세한 결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OST는 감정을 이끄는 또 하나의 언어로, 구성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담담하며, 상징성은 일상에 감춰진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봄처럼 부드럽고, 때론 쓸쓸하지만 결국 따뜻한 ‘원스’는 무대 위에서만이 아닌, 우리 각자의 인생 안에도 존재하는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 조용히 감정을 채우고 싶은 당신에게 ‘원스’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